냉장고는 현대 가정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가전 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냉장고를 ‘보관’이 아니라 ‘수납 공간’으로만 여긴다. 음식을 보관한다고 넣어두지만, 정작 오래돼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냉장고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알면 식비 절약은 물론, 음식의 신선도와 맛까지 유지할 수 있다. 냉장고 정리의 기술은 단순히 물건을 예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보관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는 냉장고의 ‘온도 구역’을 이해하는 일이다. 냉장고는 모든 공간이 같은 온도를 유지하지 않는다. 냉기가 직접 닿는 뒷부분은 가장 차갑고, 문 쪽은 온도 변화가 크다. 따라서 신선도가 중요한 고기나 생선은 안쪽 선반에, 자주 여닫는 문 쪽에는 음료나 조미료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야채칸은 습도가 높게 유지되므로 채소류 보관에 적합하다. 이런 기본 구조를 이해하면 음식이 상하지 않고 오래간다.
두 번째는 ‘음식 분류 정리’다. 냉장고 안을 카테고리별로 구분해두면 훨씬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찬류’, ‘조리 전 식재료’, ‘간식’, ‘양념류’ 등을 구역별로 나누자. 투명한 밀폐 용기나 바구니를 이용하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용기마다 라벨을 붙여 사용 날짜를 표시하면 더욱 좋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중복 구매도 막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유통기한 관리’다.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은 눈에 잘 띄는 앞쪽에 두고, 오래 보관 가능한 식품은 뒤쪽에 둔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유통기한이 가까운 음식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냉장고를 열어 “이번 주 안에 먹어야 할 음식”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든다.
네 번째는 ‘온도 설정’이다. 냉장실은 1~5도, 냉동실은 -18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너무 낮게 설정하면 냉장고의 전력 소모가 커지고, 너무 높으면 음식이 쉽게 상한다. 문을 자주 여닫는 집이라면 냉장실 온도를 3도 정도로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냉장고 안에 음식을 너무 꽉 채워 넣지 말아야 한다. 냉기가 순환할 공간이 없으면 냉장 효율이 떨어지고, 음식의 온도 편차가 커진다.
다섯 번째는 ‘음식별 보관법’을 아는 것이다. 채소는 세척 후 완전히 건조시켜 보관해야 수분으로 인해 썩지 않는다. 특히 잎채소는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싸서 밀폐용기에 넣으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과일은 냄새가 강한 것과 약한 것을 분리해야 한다. 사과는 에틸렌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다른 과일과 함께 두면 숙성이 빨라진다. 사과는 별도의 용기에 넣어 보관하자. 고기나 생선은 한 번 먹을 분량씩 소분해 랩으로 감싸고, 지퍼백에 넣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필요할 때마다 해동 시간이 짧고,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여섯 번째는 ‘냄새 관리’다. 냉장고 냄새는 여러 음식의 냄새가 섞여 생긴다. 베이킹소다를 작은 용기에 담아 냉장고 안에 두면 냄새를 흡수한다. 커피찌꺼기나 숯을 넣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2주마다 교체해주면 항상 상쾌한 냉장고를 유지할 수 있다. 냉장고 문 틈의 고무 패킹도 청소가 중요하다. 패킹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나 곰팡이가 끼면 냄새가 배고, 냉기가 새어나간다. 따뜻한 물과 식초를 적신 천으로 닦아주면 냄새와 세균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다.
일곱 번째는 ‘냉장고 정리 주기’다. 보통 한 달에 한 번은 냉장고를 비우고 청소하는 것이 좋다. 냉장고를 끄고 내부를 꺼낸 뒤, 베이킹소다를 탄 미지근한 물로 닦는다. 세제를 사용하면 음식 냄새와 섞일 수 있으므로 천연 세제를 추천한다. 청소 후에는 문을 열어 10분 정도 자연 건조시킨 뒤 다시 전원을 켜자. 이런 작은 관리가 냉장고의 수명까지 늘려준다. 여덟 번째는 ‘정리 루틴 만들기’다. 장을 보고 온 날에는 바로 냉장고에 넣지 말고, 필요한 만큼 소분하고 용기에 나눠 담는 습관을 들이자. 이렇게 하면 음식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필요한 재료를 바로 찾을 수 있다. 냉장고에 음식이 많다고 풍족한 게 아니다. 보관이 잘 된 냉장고가 진짜 가정의 풍요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냉장고는 단순한 보관함이 아니라 가족의 식탁을 지키는 공간이다. 냉장고 속 질서가 잡히면 식사 준비가 쉬워지고, 식비도 줄며, 음식 낭비가 사라진다. 깨끗한 냉장고는 그 자체로 건강한 생활 습관의 시작이다.